수지 앤 더 밴시스(Siouxsie and the Banshees)는 1976년 영국 런던에서 결성된 영향력 있는 록 밴드다. 보컬리스트 수지 수(Siouxsie Sioux)와 베이시스트 스티븐 세버린(Steven Severin)을 중심으로 결성되었으며, 초기 영국 펑크 록 운동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이들은 1976년 100 클럽 펑크 페스티벌에서 즉흥적인 연주로 데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후 단순한 펑크를 넘어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며 포스트 펑크와 고딕 록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1978년 데뷔 싱글 'Hong Kong Garden'이 영국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며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며, 같은 해 발표된 첫 번째 앨범 'The Scream'은 차갑고 날카로운 사운드로 포스트 펑크의 이정표가 되었다. 이후 밴드는 드러머 버지(Budgie)와 기타리스트 존 맥기옥(John McGeoch)이 합류하며 음악적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맥기옥의 정교한 기타 레이어링과 버지의 복잡한 퍼커션 리듬은 밴드의 사운드를 한층 깊고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1980년대 초반, 밴드는 'Juju'(1981)와 'A Kiss in the Dreamhouse'(1982) 같은 걸작을 연이어 발표했다. 'Juju'는 어둡고 주술적인 분위기를 통해 고딕 록 사운드의 전형을 제시했으며, 수지 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과 기괴한 이미지는 고스(Goth) 하위문화의 시각적, 음악적 상징이 되었다. 이들은 사이키델릭, 팝, 전자음악적 요소를 실험적으로 수용하며 'Cities in Dust'와 'Peek-a-Boo' 같은 혁신적인 곡들을 남겼다.
수지 앤 더 밴시스는 활동 기간 중 잦은 멤버 교체를 겪기도 했다. 더 큐어(The Cure)의 로버트 스미스가 기타리스트로 두 차례 활동한 바 있으며, 이는 두 밴드 간의 긴밀한 유대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1990년대까지 활발히 활동하던 밴드는 1995년 앨범 'The Rapture'를 끝으로 1996년에 공식 해체했다. 수지 수와 버지는 별도의 프로젝트 팀인 '더 크리처스(The Creatures)'를 통해 음악 활동을 지속했으나, 밴드 본체로서의 재결합은 2002년 일시적인 투어 외에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지 앤 더 밴시스의 유산은 현대 음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조이 디비전, 더 스미스, 라디오헤드, 피제이 하비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이들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공언했다. 수지 수는 여성 록 아이콘으로서 정형화된 틀을 깨뜨리는 보컬 스타일과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이며 후대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단순한 장르의 정의를 넘어, 예술적 실험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한 20세기 영국 록 역사상 가장 독보적인 밴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